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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공부] 프리드리히 니체_3

알고또알기 2020. 10. 4. 11:49

3. 망치를 든 철학자

 

"선한 일에서건 악한 일에서건 진실로 창조자가 되려는 자는 우선 파괴자가 되어 가치를 분쇄해야 한다"

니체는 그릇된 것이라 인식된 낡은 가치를 가차 없이 파괴하며, 그 자리에 새로운 가치와 이상을 수립하고자 하였다. 그러기에 그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 불렸고, 지금부터 니체 사상에서 파괴와 비판에 연관된 측면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측면은 '반 anti'라는 접두사를 지닌 일곱 항목으로 나뉘어 설명된다.

 

반도덕적주의 (Antimoralstisch)

그는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상승하여 '선'이라는 개념에도 서로 두 가지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정신의 숭고하고 우월한 상태가 선이다. 반면에 범상하고 통상적이며 비루하고 무가치한 것은 그들에게 악이다. 군중에게 선이란 평화롭고 무해하며 친절하고 자비로운 것이다. 반면에 비범하고 대담하며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한 것, 다시 말해 지배하는 자들에게 선인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악이다. 역사에서 주인의 도덕을 노예의 도덕으로 갈아엎는 행위, 도덕적 노예 봉기는 유대인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들은 '부유한, 무신론적, 사악한, 폭력적, 관능적'과 같은 개념들을 하나로 섞어 버리고 세계라는 낱말에 부정적인 가치를 부여했다. 이처럼 자연적 가치 관계와 서열관계를 전복시킨 것은 비천하고 저열한 자들의 정신적 보복행위로 보았다. 이로 인해 가련한 자와 빈궁한 자, 무력한 자, 고통받는 자, 병든 자, 추악한 자들이 '선한 인간'으로 둔갑했다고 보았다. 결국 강하고 건강한 본능은 노예 도덕의 지배 아래서 더 이상 발산되지 못하고 은밀하고 새로운 만족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강한 자는 도의의 우리에 갇혀 자기 학대를 일삼는 동물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반민주주의적 (Antidemokratisch)

유럽의 모든 도덕이란 동물 무리의 도덕이며 정치, 사회적 제도에서 민주주의 운동은 괄목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니체는 영국 소상인의 근성을 좇아 최대다수의 행복에서 생의 의미를 구한다는 것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고 보았다.

 

반사회주의적 (Antisozialistisch)

니체는 사회주의적 이상이란 전체 인류를 완전히 동물의 무리로 변종시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았다. 모든 생명의 본질이란 약취, 상해, 약자의 유린, 억압, 냉혹, 자기 형식의 강요, 병합 아니면 최소한 착취이다. 니체는 "오늘날 사람들은 어디서나 '착취의 성격'이 사라질 미래의 사회 상태에 열광하고 있다. 이런 것이 내 귀에는 마치 모든 유기적 기능을 억제하는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노라는 약속처럼 들린다"라고 말했다.

 

반여권주의적 (Antifemistisch)

니체는 남성들이 참된 남성적 성격을 상실하는 것에 비례해서 여성들도 변종되어 자신의 가장 여성적인 본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경제적, 법적 자립성, 해방을 추구하는 여성의 태도는 이러한 퇴화의 징후라 보았다.

 

반지성주의적 (Antiintellektualistisch)

쇼펜하우어와 마찬가지로 니체에게 의식이나 이성 혹은 지성이란 그저 피상적인 것, 즉 의지의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의 인식 장치는 추성화 내지 단순화 기재로서 생의 유지를 위해 사물들을 제어하는 기능을 갖는다. 의식의 기능 역시 대다수가 의식과 무관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과대평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니체는 본능이야말로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종류의 지성중에서 가장 지적인 것이라 보았다. 의식적 사유의 대부분도 본능 행위에 불과하며, 철학적 사유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았다. 신체를 멸시하고, 신체를 적대시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며, "몸이 썩어 가는 불구에게도 아름다운 영혼이 깃들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은 망상일 뿐이라고 보았다.

 

반염세론적 (Antipessimistisch)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의 현자들은 생에 관해 똑같은 판단, '인생이란 쓸모 없다'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지 니체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견의 일치가 그 의견의 정당함을 증명하는 것인가? 오히려 이러한 의견 일치는 현자들의 생리적 기관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라며 니체는 반박을 하였다. 니체는 이런 현자들이란 생의 몰락을 표현하는 유형들이라고 보았다. 그 가장 두드러진 예가 소크라테스라고 보았다. 소코라테스는 이미 혈통에서 천민이었다. 그의 아이러니는 반항의 표현법, 천민이 품은 원한의 표현법이었다. 니체는 인생의 아무 가치도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상 나는 아무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이라 보았다.

 

반기독교적 (Antichristlich)

니체에 의하면 기독교란 모든 자연적 가치를 뒤집는 행태의 총화라 하였다. 기독교적이란 것은 자연적인 것의 부정이며 자연의 무가치함을 선포하는 것이고, 간단히 말해 반자연성이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모든 관능의 숙적이었다. 기독교적이란 것은 지배와 고귀함, 정신, 자부심, 용기 그리고 모든 관능과 즐거움에 대한 증오이다. 기도교는 이 세계를 가난의 땅으로 변질시키고 도달할 수 없는 피안에 구심점을 옮겨 놓았다.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열정을 정신화하고 신성하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 대신 열정의 뿌리에 그리고 더불어 생명에 뿌리에 도끼날을 박았다. 마지막으로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이것으로 끝을 맺고 나의 판결을 내리겠다. 나는 기독교에 유죄 판결을 내리겠다. 나는 지금까지 어느 고발자가 입에 담았던 것보다 더 혹독한 말로 기독교 교회를 탄핵한다. 기독교 교회가 그 부패함으로 손대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독교 교회는 모든 가치를 하나의 무가치로, 모든 진리를 하나의 거짓으로, 모든 정직성을 영혼의 비열함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도 그런 교회의 인도적 축복을 지껄여 대는 사람이 아직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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