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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공부] 생철학_베르그송 본문
1. 생철학의 특징
1880년부터 1950년까지 지속된 현대 생철학은 계몽주의와 합리주의에 반발하여 등장한 거대한 정신운동이며 이런 점에서 낭만주의를 계승한 사조라 볼 수 있다. 이는 사유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생생한' 삶을 파악하고자 하는 철학이다. 생철학은 이성의 일정한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성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한다. 생철학자들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상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능동주의자(Aktualisten)이다. 이들은 운동과 생성, 발전이 경직된 존재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현실은 유기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이들이 출발점으로 삼는 학문은 생물학이다. 또한 그들은 비합리적인 것에 애착을 갖는다. 이들은 직관과 감정적 파악, 직접적 통찰 즉 '이해'와 체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식론적인 면에서 이들은 주관주의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세계가 우리 두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유와 무관한 객관적 현실이 존재한다고 본다. 또한 그들은 하나의 근본적 원리가 아니라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원리를 인정하는 다원론자이다.
2. 베르그송은?
이러한 생철학을 최초로 발전시킨 사람은 프랑스 출신의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이다. 그의 저술로는 "의식에 직접적으로 주어진 것에 관한 시론", "물질과 기억", "창조적 진화",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이 있다. 그의 저작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인 언어가 지극히 유려한 동시에 비유와 사례, 이미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또한 내용 측면에서도 자연 과학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토대를 이루고 있다. 베르그송은 원래 스펜서의 철학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의 철학을 심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그는 스펜서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다.
3. 공관과 시간, 지성과 직관
베르그송은 공관과 시관의 관계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칸트는 이 두 가지를 본질적으로 동등한 직관의 두 형식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베르그송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심대한 본질적 차이를 발견하였다.
공간은 그 자체로 동질적이다. 즉 동질적인 점들의 총괄물이라 볼 수 있다. 자연 과학이 현실에서 고찰하는 것은 언제나 이런 공간이라 본다. 따라서 자연과학은 시간을 측정한다고 하는 경우에도 실제로는 공간에서의 변화만을 측정한다.
시간은 동질적이지 않다. 시간은 위치를 뒤바꿀 수 없는 계열이다. 매 순간은 새롭고 일회적이며 반복할 수 없는 무엇이다. 시간은 분할할 수 없는 단 하나의 흐름 혹은 생성이라 볼 수 있다. 공간은 존재하지만 시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성중이라 본다.
이러한 공간, 시간에 상응하여 인간에게도 두 가지 다른 종류의 인식능력이 있다. 공간에 상응하는 인식능력은 지성이다. 지성은 고정되고 공간적인 물질을 대상으로 한다. 물질의 영역에서 지성은 오류가 없는 진정한 인식을 얻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지성은 순수한 지속으로서의 진정한 시간을 파악할 수 없다. 시간을 다뤄야 할 경우에 지성은 공간적 물질에 상응하는 형식을 시간에 적용한다. 지성은 셀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단위로 시간을 분할하며, 이런 점에서 시간의 참된 생명을 도외시한다.
순수한 지속은 오직 직관에 의해서만 포착될 수 있다. 지성은 실천과 연관해서 기능하는 것이므로 철학은 오로지 직관에 의해서만 시작될 수 있다. 철학자는 자신이 직관에 의해 인식한 것을 직관적이고 영상적으로 서술하고 그렇게 하여 다른 사람들이 직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4. 생의 약동
만물의 근본에는 생성과 행위, 활동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생의 상승 운동과 물질의 하강 운동이 존재한다. 이 두 가지는 전적으로 상이한 세계로 생의 본질을 지성에 의해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생명의 전개란 물질이나 기계적 법칙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고 타성과 우연성에 저항해서 더 대담하고 자유로운 고도의 형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의식은 생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있지만, 생명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숙고하는 형식인 직관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생의 깊은 곳에 귀를 기울이고 일종의 지적 계산법을 도움받아 그 정신의 맥박을 읽어내는 것이다.
5. 도덕과 종교
도덕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보았다. 닫힌 도덕은 사회가 가하는 압력을 의미한다. 이에 상응하는 행위는 자동적, 본능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관습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며 언제나 제한된 인간 집단에서만 받아들여진다. 열린 도덕은 사회와 무관하며 인격적이고 창조적이다. 이는 탁월한 인격적 개체인 성자나 영웅에게만 구현된다. 생의 근본에 대한 파악에서 연원 하는 열린 도덕은 사랑으로 전체 생명을 껴안는다.
종교에도 두 종류가 있다고 본다. 인간에게는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키는 지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지성에 의해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고 무엇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자연은 인간으로 하여금 선한 신을 공상하게 하여 그런 쓰디쓴 인식을 견뎌 낼 수 있게 해 준다. 정적 종교의 이런 기능은 결속하고 보존하고 화해하는 동물의 본능과 유사하다. 이와는 다른 것이 신비주의인 동적 종교이다. 이 종교는 생의 흐름이 시작되는 방향으로 귀환하려는 노력에서 연원 한다. 이는 소수의 비범한 개인만이 접근할 수 있는 종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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